1. 21세기 : 아직 끝나지 않은 파시즘의 위험
1. 21세기 대한민국 : 파시즘의 재등장
우리나라는 파시즘의 안전지대일까?
만일 우리나라를 정치적, 사상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우리나라를 파시즘 안전지대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이러한 물음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시즘은 이미 세계 2차 대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몰락했으며, 더 이상 파시즘이 기반으로 삼을 민족주의와 같은 파시즘적 요소들이 사라졌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파시즘적 정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파시즘에 있어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라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답이 과연 맞는 대답일까? 필자는 이에 대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 있어서 파시즘적 사고방식은 존재하며, 이미 파시즘적 정당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파시즘적 요소는 아직도 대한민국에 산재하여 있으며, 파시즘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 역시 충분하다. 즉, 우리나라도 여차하면 2차대전시의 파쇼 국가들과 비슷한 국가 체제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아직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보이는데다가 파시즘이라고 불릴만한 우파정당 역시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는데, 첫째로 파시즘은 그렇게 표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심각해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도 자생해왔다는 사실이다. 즉,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의회민주주의도 건재하고, 독재나 극단적인 민족주의 운동이 표면적으로는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파시즘이 언제든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안정된 승전국에서는 파시즘 정당이 정권을 잡지는 못했으며,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 만일 파시즘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는 전혀 힘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양이 아직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했다(일단 의학적 사실은 젖혀두도록 하자) 하더라도 후일 종양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종양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증식한다. 파시즘도 이러한 종양과 마찬가지로 파시즘이 대중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상대에서라도 형성되면 그들이 스스로 자멸하지 않는 한, 파시즘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 즉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거나,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혹은 정치적으로 어려워질 때 급속히 증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현대의 핀란드, 러시아 등의 유럽 국가들에서 다시 성행하고 있는 극우 파시즘 당들, 즉 ‘진짜 핀란드인’ ‘네오나치스’와 같은 정당 혹은 단체이다. 핀란드의 경우 아시다시피 30년대 이후 고속성장을 이루면서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러시아 역시 구소련에 접어들고 흐루쇼프와 브레즈네프가 집권하면서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어 80년대까지는 안정된 사회를 유지했었다. 이 당시 극우파 세력이나 파시즘 세력, 그리고 네오나치스는 존재했었지만 구 소련 당시 네오나치스는 무지막지하게 탄압당해 거의 씨가 마를 정도였고 유럽 국가에서 극우정당들이나 파시즘 정당들은 나치의 후신이라면서 비판받으며 세력을 전혀 갖지 못했었다. 그러나 소련이 고르바초프에 의해서 붕괴한 뒤, 그리고 유럽 여러 국가들의 경기 상황이 나락으로 치달은 이후 러시아에서는 나치즘의 계승자라고 주장하는 네오-나치스(Neo-Nazi)가 크게 성장하게 되고 프랑스 등지의 국가들에게서는 이전까지는 전혀 힘을 얻지 못했던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들이 힘을 얻기 시작하며 동시에 파시즘 정당으로까지 발전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은 바로 파시즘이 성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었을 때 파시즘 정당이 최초로 만들어졌더라도(그들이 자멸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언제든지 파시즘이 성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급속히 퍼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러한 법칙은 한국에서만 예외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에 그렇게 파시즘적인 우파 정당이 없기 때문에 파시즘의 위협에서 안전하다는 말은 파시즘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파시즘적인 극우 민족주의 정당; 즉 예를 들어서 핀란드의 '진짜 핀란드인'이라는 정당과 같은 정당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파시즘은 우파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다. 오히려 파시즘을 ‘단순한 극우적인 운동’으로 정의하는 것은 파시즘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발상이다. 파시즘이란 단순히 고정되어있는 이념, 그러니까 보수주의나 사민주의, 자유지상주의와 같은 정형화된 이념이 아니다. 오히려 파시즘은 특정 이념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정치적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미래의 파시즘은(즉, 우리나라에 현재 나타나고 있는 파시즘 현상은) 굳이 고전적 파시즘의 외적 특징이나 상징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의 극우적 편도였던 그 이념이나 외적 특징을 꼭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대한민국이 파시즘에 있어서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파시즘의 새로운 모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새로 나타날 (즉, 현재 나타난)새로운 파시즘의 모양새는 어떠한 모양새일까? 여기서 몇 가지의 합리적 과정을 거치면 금세 좌파 파시즘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파시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우파가 아니라 좌파와 파시즘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해 올것이나, 파시즘은 단순한 극우적 민족주의만이 아니다. 오히려 대중 선동에서 파시즘을 ‘식당’이라고 한다면 민족주의적 과격주의는 대중들의 분노라는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후식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주요한 요리는 될 수 없다. 즉, 파시즘에서의 극우적 주장은 후식이 좋아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처럼 파시즘의 극우적 주장에 회유되어 온 ‘사회 불만층’을 끌어들일 수 있긴 하지만 디저트를 찾는 손님들로만 식당을 채울수는 없듯이 주 메뉴인 경제발전 정책, 혹은 재분배 정책과 같은 중간층을 회유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파시즘이 대중들이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 관심을 토대로 정계에 진출하는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대중들이 무솔리니의 주장 중 극우적 민족주의에도 관심을 쏟았지만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무솔리니의 주장 중 다분히 좌파적인 주장(물론 후일 파시즘적인 주장에 더욱 관심을 쏟기는 했지만)에 대해서 훨씬 더 관심을 쏟았던 점, 2차대전중 영국의 일부 공산주의자들이 오히려 파시즘을 신봉했다는 것1)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다.
'좌파 파시즘'이라, 한국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단어이다. 동시에 필자 역시 이 글을 기획하게 되면서 좌파 파시즘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통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학자,전문가라고 해도 당연히 잘 모르는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보통 교과서에서 다루는 파시즘, 혹은 깊게 들어가서 전문서적이나 여러 교양서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우파 파시즘에 대해 분석한 내용, 이에 대해서 비판한 내용들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좌파 파시즘에 대한 분석이나 비평, 그리고 좌파 파시즘을 소개하는 서적은 국내에 잘 배포되지 않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좌파 파시즘이라는것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좌파 파시즘이란 짧게 말해서 좌파 성향의 파시즘 성향을 말한다. 즉, 사회의 재분배나 극단적으로는 부르주아 타파등의 좌파 성향들을 유지한 채로 전체주의적 성격을 지니는 성향으로 정의되는데, 위르겐 하버마스에 의해서 최초로 파시즘적 공산주의가 비판받았으며, 이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본격적으로 비판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히틀러를 지지한 영국의 일부 공산주의자들이 여기에 포함되며, 또한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 그리고 폴 포트 치하의 캄보디아가 여기에 포함된다. 좀 더 넓게 바라보자면 마오쩌둥(毛澤東) 치하의 중국이나 블라디미르 레닌 치하의 소비에트 공화국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필자가 앞서 말한 무솔리니 역시 좌파 파시즘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1)
문제는 이 좌파 파시즘에서 시작된다. 현재 대한민국에 퍼지고 있는 파시즘의 종류는 바로 좌파적 신념과 파시즘적 사고방식을 기초로 한 이른바 '좌파 파시즘'이 그 시초인데, 이러한 파시즘 계열의 가장 큰 문제는 우파적 파시즘의 경우 미연에 그 사상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데에 비하여 좌파적 파시즘은 그 사상의 전파를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2)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현재 자생하고 있는 좌파파시즘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좌파 파시즘보다 훨씬 더 변질되어 일반적 좌파 파시즘에 비해서 더욱 더 발견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대한민국의 좌파 파시즘의 경우에는 극우적 파시즘보다 발견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을까?
좌파 파시즘은 왜 위험한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 생각해보자. 모양새가 그럴듯한 잡초꽃 하나가 서로 다른 종들의 꽃밭에 한그루 숨어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그 잡초를 쉽게 잡초로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꽃밭에 심어져있는 꽃들 중 그저 한 그루라고 생각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생하고 있는 좌파 파시즘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여기서 꽃밭을 좌파라는 이념으로, 그리고 꽃들을 진보진영의 각가지 이념들이라고 생각하고 '모양새가 그럴듯한 잡초꽃을 좌파 파시즘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는 더욱 빨라진다. 즉, 좌파 파시즘은 건전한;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좌파 환경에서 기생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을 "건전한 좌파 진영중 하나일 뿐"이라고 포장하면서 서서히 세력을 넓혀가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똑같이 보수진영에 기생하지만 극렬한 민족주의와 함께 무조건적인 배타성, 민족의 순수성 등의 극우적 성격을 지녀 일반적인 보수진영과 확연히 구분되는 극우적 파시즘과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또 좌파진영에서 발생한 파시즘이 우파진영에서 발생한 파시즘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우파 파시즘의 경우에는 그 극우적 성격을 지니고 그 극우적 사상을 마땅히 숨길 수 없어 국가가 안정적인 노선을 걷고 있을 시에는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우며, 동시에 여타 정당에 기생할 수 없다. 실제로도 역사상 극우 파시즘 정당이 여타 보수정당과 동맹을 맺었거나 보수정당에 기생한 사례는 국가의 체제가 불안정했던 독일의 사례밖에 없었고 극우 파시즘 정당이 높은 지지를 얻은 건 사회적으로 불만이 팽배했던 프랑스나 독일의 파시즘 정당밖에 없었고 나머지의 경우에는 보수정당에 기생하지 못했으며, 동시에 많은 파시즘 운동은 사회적으로 안정되었던 국가에서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몰락하거나, 혹은 기존 보수 세력의 탄압 속에 끝을 맺었다. 특히 독일의 파시즘 역시 총선에서 32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어 비교적 선전하긴 했었지만 독일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집권한 것은 아니었다. 이 득표율이 독일 사회적/정치적 혼란기의 득표율임을 감안할 때, 안정기에 극우 파시즘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마찬가지로 좌파 파시즘은 단독으로는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앞에 서술했듯이 좌파 파시즘의 경우에는 대체로 일반적인 좌파들과의 몇 가지의 차이3)들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좌파 계열에 침투하는 것이 가능하다.4)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좌파 파시즘계열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정상적인 좌파 계열의 정당에 들어가 마치 자신들이 정상적 좌파계열인 것처럼 포장하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당의 정당성, 당의 운동, 집회 경력 등을 계속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정권을 잡고 있는 보수층이나 자유주의층의 문제점을 심하게 과장시켜 당 외부에서의 건전한 좌파에 대한 지지층을 흡수하거나 혹은 급진적인 주장을 계속적으로 펼쳐 소수의 젊은 사회불만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지층을 형성해 정계로 진출한다. 한편 당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급진적인 주장들을 계속적으로 당 내부에 어필하는 한편 당 내부에서의 온건파 진보들의 온건함에 대해 진보적 가치를 이루기에는 너무 온건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며 비난하는 동시에 강경파 진보5)에 대해서도 역시 동지들을 죽인다는 비난을 퍼부으며 동지의식과 급진의식을 당 내부에 계속적으로 퍼트리는 등 당 내부를 서서히 장악하며 당권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즉, 요약하건데 진보와 구분하기 힘든6) 자신들의 장점을 이용하여 일반적 진보정당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지지계층(당의 외부에서든, 내부에서든)을 늘리고, 동시에 당의 크기를 불림으로서 당 내에서의 목소리를 낸 다음 불어난 자신들의 당 내부의 지지자를 이용해 숙주인 진보정당의 수뇌부를 차지해 당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숙주의 수뇌부를 차지한 뒤에는 이전 진보세력이 사라진다고 해서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이전 좌파세력은 좌파 파시즘세력에 비해서 대중 선동과 같은 면에서 훨씬 더 능수능란하지 못하므로7) 이러한 정통 좌파 세력은 축출되거나 혹은 자진 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보통 자신들과 결탁한 과격파 좌파세력과 결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1) 이러한 예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구 민노당 분당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본래 구 민주노동당은 PD2)세력이 국내에 노동자와 복지, 그리고 인권 등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세운 정당이었으나 진보세력의 세가 미약해 NL계열 인사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NL계열에 일부 희석되어있던 좌파파시스트들이 대거 침투해 문제를 일으키면서 분당사태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직접적인 분당원인은 당원들을 모두 조사해서 북한에 넘긴 사건(일명 일심회 사건)이었지만 일심회 사건이 없었었더라도 이미 민주노동당은 NL계열의 지구당과 중앙당의 잠식, 그리고 NL계열과 같이 들어온 좌파 파시스트 세력의 계속적인 정통 좌파세력에 대한 압박, 그리고 NL계열 자체의 파시즘화로 인하여 이미 당내 정통진보세력의 불만은 가중될 대로 가중된 상황이었고 좌파파시즘계열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정통진보세력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었으므로 실제적으로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는 좌파파시스트와 파시즘화 된 NL계열의 민주노동당 잠식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왜 진보정당에 기생하는가
그렇다면 이들은 진보정당의 어떠한 점을 이용하기 위해서 진보정당에 기생하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보통 진보정당의 경우에는 굳이 사회혼란기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어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형성되어있는 전혼란기의 상황에서도 그 세를 확실히 불려갈 수 있으며, 동시에 안정기라 하더라도 진보주의자들을 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으나, 무조건 이 원인이 파시스트들이 좌파 당을 선택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원인만 있다면 굳이 좌파 정당에서 축출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좌파 당에 기생하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그럴듯하게 꾸며진 좌파 정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더욱 좋을텐데 말이다.
좌파 파시스트들이 진보 정당에 기생하는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의 진보 층은 사회적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소수 층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진보가 마이너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잠깐 한국에 분포하고 있는 정당들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표를 한번 보도록 하자.
위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좌파정당은 진보당을 끝으로 근 수십년간 맥이 끊기다가, 한겨례 민주당, 민중당등을 중심으로 다시 맥이 이어져오는가 싶더니, 결국 민중당은 1992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겨우 1997년쯤에 가서야 국민승리 21이라는 정당이 창설되어 민주노동당으로 발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나 보수계열 정당이 맥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져 내려온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진보정당들이 가지는 한계가 무엇인지는 어느정도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민주당계열과 보수계열 정당과는 달리 한국의 토양에서 뿌리내릴만한 시간이 없었고 이 때문에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 그렇게 깊지 않아 당의 세력이 순수 진보세력만으로는 클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 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적극적 참여자3) 전체에서의 비중은 진보 층이 훨씬 더 많다고 볼 수는 있으나 보수적인 한국 사회 분위기상 진보정당이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의 지지율’을 보여주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그나마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여주는 것 역시 순수 진보로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순수 진보로 이루어진 진보신당이 사회에서 별 영향력이없고, 그 때문에 진보신당이 해체된 것 역시 이를 반증한다. 이 때문에 순수 진보들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며 언제 자신들이 해체될지 모르고, 언제 그나마 있던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좌파 파시스트들은 이를 이용하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 좌파 당이 단지 영향력이 별로 없는 마이너 당이라는 이유라는 것만으로는 좌파 파시스트들이 순수 좌파 당에 들어가 순수 좌파 당을 잠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여기서는 한국 사회에서 마이너의 위치에 놓여있는 좌파 당의 특성을 이해하면 해결이 가능해진다. 다시 한번 이전 장의 표를 보도록 하자.
이 표를 보면 진보신당이 창설되기 이전, 그러니까 좌파 파시스트가 유입되었을 당시의 상황(1999~2007년 사이)의 진보정당의 상황을 보면 상당히 암울하다. 이미 지지기반이 확실하고 여러 대안 정당이 있으며, 동시에 뿌리가 튼튼한 다른 정당들과 달리 진보당의 경우 의심스러운 냄새가 나는 과격파 당을 제외하면 순수 진보세력이 모일 당은 국민승리21와 그 후신인 민주노동당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진보 세력은 모두 국민승리 21과 그 후신인 민주노동당에 모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사회적으로 소수라는 한계를 가진 대신 지지기반이 확실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지기반이 확실한데다가 진보세력이 모두 규합되었으니 순수진보의 숫자도 많아져 결국 좌파 파시스트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없어질 수 있지도 않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80년대 운동권 대학과의 PD계열 운동가와 NL계열 운동권 대학의 크기 차를 보면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 하겠다. 여기서 1989년 12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참조해보도록 하자.
그러나 서울대(PD) 고려대(NL) 연세대(NL) 서강대(NL) 부산대(NL) 경북대(PD) 전남대(NL)등에서는 ... 운동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1)
여기서 전국 주요 대학들이라고 손꼽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를 살펴보면 NL계열 운동이 강세인 대학이 5개임에 반해서 PD계열 운동이 강세인 대학은 서울대와 경북대, 총 두곳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현재 살아있는 운동권 계열까지 포함해서 현 좌파에서의 두 운동권 중 그 기반이 더욱 과격파에 가까운 NL계열이 PD계열에 비해서 훨씬 더 많다고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마르크스/레닌 계열의 서적들을 탐구하고 토론하면서 사상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을 중시하는 PD계열의 특성상 감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행동을 중시하던 NL2)계열보다 더욱 약세를 면치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지능이 되는 독자라면 누구던지 이해할 수 있을 내용일 것이다. 즉, 민노당 내의 정통 좌파가 PD계열임을 감안할 때, 당 내에서도 NL계열이 쏟아져오면서 소수파가 된 PD계열인 정통진보세력은 그대로 급진파에 가까운 NL세력과 거기에 섞여있는 파시스트 세력을 전복시킬 힘이 없어졌다고 보인다. 게다가 NL계열의 특성상 동지애를 중시하고, 때문에 계열 내부의 문제점이 척결되는 것이 태생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좌파 파시스트들이 NL계열에 부분적으로 동화된다면 PD계열이나 NL계열 내부에서 이를 발견하고 좌파 파시스트세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나머지 NL계열에서 자동적으로 좌파 파시스트세력에 대해서 ‘동지애’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쥐어주며 이들을 공격한 사람들을 공격하므로 파시스트 세력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진보정당에 파시스트들이 침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파시스트들은 대한민국의 진보당을 선택한 것이다.
3) 물론 두 사상 모두 조기 발견을 한다고 해도 그러한 사상이 퍼지는 것을 막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두 사상 모두 한때 그 세력을 더해가다가 순식간에 자멸해버리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4) 여기서 ‘몇 가지’란 파시즘의 기본적 사상과 함께 일반적 좌파보다 급진적인 사상 역시 포함한다.
5) 보통 이 경우에는 과격파 내지는 대중선동에 능수능란한 진보 세력(한국의 경우에는 NL세력으로 예를 들 수 있다)과 함께 섞여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6) 여기서 강경파 진보란 진보의 가치에 충실한 사람으로서 진보인사가 진보주의의 가치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진보주의의 인사를 가차없이 비판하는 세력을 말한다. 대표적인 ‘강경파 진보’의 예시로 진중권을 들 수 있다.
7) 물론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표면적으로 그들이 내세우는것들을 보면 그저 약간 급진적인 좌파와 다를 바가 없다.
8) 물론 예외적으로 대중선동에 능한 건전한 좌파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일 뿐이고 대체적으로 보자면 급진적인 사상 등의 몇 가지 요인들에 의해서 일반적으로 좌파파시즘 세력이 훨씬 더 대중 선동에 능하다.
9) 어떤 경우 과격파의 대부분이 좌파파시즘적 성향을 지니고 있거나 아예 과격파 전체가 좌파파시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전자라고 보여진다.
10) People’s Democracy, 운동권의 한 계파로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계급문제에 있다고 보는 정통 마르크수주의자 부류의 운동권으로서 NL계열을 비판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소비에트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대부분의 PD계열 운동권들이 사민주의계열로 노선을 변경하거나, 혹은 기존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11) 여기서의 ‘적극적 참여자’란 단순한 투표, 의견 기고 등의 소극적 민주주의만을 실천하는 사람이 아닌 집회나 시위 등의 여러 가지 적극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로 정의한다.
12) 東亞日報 12월 6일자 기사 - 大學街 非운동권 浮上 출처
13) national liberation, 북한과 우리나라가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 통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의 운동권 파벌로서 PD계열보다 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권이다. 이 때문에 PD계열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사상을 가졌다고 평가받으며, 대부분의 운동권이 이 계열에 속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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